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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소식/피플

당대 모든 여성의 이상형, 이다희

닮고 싶은 사람, 바라는 배우, 대변하는 여자. 이다희는 우리 시대의 이상형이다.

‘바로코 FW 91 프린트’ 실크 블라우스는 베르사체(Versace), 퀼팅 레더 미니스커트는 에잇 바이 육스(8 By Yoox). 벨트는 벨앤누보(Bell&Nouveau), 귀고리는 제이미앤벨(Jamie&Bell), 체인 네크리스는 미니 먼쓰(Mini Month), 일레란느(lle Lan), 엘리스제이(Elise J), 루이르(Luire), 초록색 원석 펜던트 네크리스는 어거스트 하모니(August Harmony), 블라우스 옷깃 사이로 늘어진 Y형 ‘수퍼스터드 크로스 롱 체인’ 네크리스와 왼 손목의 ‘해머 헤드’ 옐로 골드 뱅글. ‘모어 패션 파베 다이아몬드’ 실버 커프 뱅글은 스티븐 웹스터(Stephen Webster), 오른 손목 뱅글은 매일매일살롱(Maeilmaeil Salon), 알멘드로(Almendro), 체인 브레이슬릿은 마마카사르(Mama Casar).
바이커 재킷과 미니스커트는 가니(Ganni), 니트 브라 톱은 오프화이트(Off-White), 체인 벨트와 스카프는 벨앤누보(Bell&Nouveau), 귀고리와 십자가 펜던트 네크리스, 체인 네크리스는 일레란느(Ille Lan), 테노식스(Tenosix), 오른 손목의 브레이슬릿은 마마카사르(Mama Casar), 오른손의 반지는 제이미앤벨(Jamie&Bell), 어거스트 하모니(August Harmony). 왼 손목의 브레이슬릿은 알멘드로(Almendro), 어거스트 하모니.
블루 컬러 레더 코르셋 톱은 에잇 바이 육스(8 By Yoox), 하이웨이스트 테이퍼드 팬츠는 YCH, 부츠는 렉켄(Rekken), 허리에 장식한 브로치는 미니 먼쓰(Mini Month), 레이어드 진주 목걸이와 귀고리, 장갑은 벨앤누보(Bell&Nouveau).

폭설이 예고된 날. 이다희는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 헤어 커트를 하고 있었다. 나를 보자마자 이다희는 하얀 가운 아래로 가늘고 긴 손을 스윽 내밀고 “오! 반가워요!” 하며 악수를 청했다. 톤 다운된 붉은빛 네일이 선명했다. 같은 일을 도모하는 사람들과 온기를 나누는 그녀만의 의식처럼 느껴졌다. 가운을 입기 전, 클래식한 코트에 청바지 차림이었던 그녀는 평소 스타일에 관해 “해보지 않았던 느낌으로 다양하게 시도하는 걸 선호해요”라고 말했다.

<보그> 촬영을 위해 1980년대를 컨셉으로 스타일링하고 호라이즌에 선 이다희는 그 시절 지아니 베르사체 광고판에서 막 튀어나온 듯 보였다. 금빛 액세서리를 여러 겹 겹쳐 목에 걸더니 디스코가 생각난다고 그녀는 말했다. 나 역시 호황이나 불황과 관계없이 대책 없는 긍정성으로 터질 것 같았던 금빛 그 시절을 바로 떠올렸다.

이다희는 얼마 전 새롭게 꾸민 드레스 룸에 대해 들려주었다(요즘 이다희의 인스타그램에 포토 존으로 등장한 곳이다). 벽과 바닥, 가구는 온통 하얀색이고 천장에는 샹들리에가 빛난다. “얼마 전 이사했는데 워낙 옷이랑 액세서리를 좋아해 모두 진열해 꾸미고 싶었어요. 샹들리에는 당연히 제가 직접 돌아다니며 골랐죠.” 부모님과 함께 사는 집의 인테리어 기획자는 이다희 본인이다. 가족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원했다고 그녀는 그 큰 눈을 반짝이며 말한 뒤, 인테리어 키워드를 꼽아달라는 요청에 화려함, 클래식, 컬러 세 가지를 골랐다. “제 방은 분홍색, 화장실은 민트 컬러예요. 방마다 테마가 있어요. 요가 룸 옆의 바는 바비 룸처럼 핑크 스트라이프로 꾸몄고, 노래방은 코발트 블루 색깔로 단장했죠. 아, 실제로 보여드리고 싶군요(웃음).” 이다희는 날씨가 풀리면 노래방에 가고 싶다고도 말했다. 물론 집 안에 마련된 코발트 블루 노래방이다. 여전히 코로나 시대였다.

2월 1일 첫 방송하는 <루카: 더 비기닝> 티저에서 이다희는 벽 사이를 점프하며 등장한다. 말 그대로 날아간다. 거대한 음모에 맞서는 스펙터클 추격 액션극에서 형사 ‘구름’을 맡았다. “배역 이름부터 호감으로 다가왔는데 내용도 캐릭터도 너무 좋았어요. 그동안 <뷰티 인사이드>와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이하 검블유)>에서 무척 화려한 역할을 맡았는데 구름이는 그보다 조금 더 솔직하고 활동적이에요.”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인물이 어떠냐고 묻자 자기 스타일에 맞다고 명쾌하게 답했다. “말과 행동이 같은 게 제일 좋지만 말이 행동보다 앞서는 사람보다 낫죠.”

이다희는 구름을 위해 캐릭터에 변화를 주었다. “그동안 의상은 물론 메이크업도 내 모습을 감춰가며 색을 덧입혀 캐릭터를 만들었다면, 구름이는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잘못하면 형사 연기가 식상하고 재미없어 보일 수도 있으니 내 모습을 최대한 반영했어요.” 메이크업은 거의 하지 않았고 실제로 입던 티셔츠, 스타일리스트의 예전 옷을 돌려가며 입었다. 카키색 야상, 라이더 재킷, 트렌치 코트를 벗어날 수 없었냐고 묻자 이다희는 깔깔깔 웃으며 동일한 시도를 해봤다고 했다. “뻔한 스타일링을 벗어나고 싶어서 다르게 입어보기도 했어요. 그러면 감독님이 곧바로 말씀하셨죠. 형사들 그렇게 안 입어!(웃음)”

‘한계를 뛰어넘는 액션’이라는 홍보 카피를 달고 있는 <루카: 더 비기닝>에서 우리가 이다희에게 기대하는 바는 신체적으로도 강인하고 자유로운 여자다. 전작 <검블유>에서 유도 선수 출신이라는 설정 아래 야구방망이로 차 유리를 깨부수고 사이드미러를 발 차기로 날려버리는 액션을 선보이며 쾌감을 안긴 바 있다. 강인한 체력을 갖고 있다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는 증명. 정의는 직접 구현한다는 독립성. 최근 한국 드라마 역사의 어떤 캐릭터보다 주체적이었다. 이다희는 차에 올라가 방방 뛰었을 때 짓던 표정을 다시 보이며 흡족해했다. “<검블유> 때 제 액션 신에 만족하면서 액션 잘하는 것 같다고 얘기했거든요?(웃음) <루카: 더 비기닝>이 액션극이라 더 관심이 갔어요. 촬영 때 너무 힘들어 다시는 액션 연기는 안 하겠다고 다짐했지만, 기회가 생기면 또 할 거 같아요. 방송을 봐야 알겠지만 촬영 때 가끔 찍어놓은 영상을 보면 제가 봐도 진짜 시원시원하고 멋지거든요. (웃음) 감독님이 여자 배우들 중에 액션을 제일 잘한다고 칭찬 많이 해주셨어요.”

물론 <보이스>, <손 the guest> 김홍선 감독과 <추노>, <해적> 천성일 작가의 합작이라는 점도 믿음의 한 축이다. “두 분과 작업한 소감은 정말 베테랑이라는 사실이에요. 감독님은 머릿속에 모든 장면을 그려오시나 봐요. 천재인 줄 알았어요. 필요한 장면만 딱딱 찍어서 촬영이 수월했거든요.” 이다희는 상대 배우에 대한 이야기로 방향을 틀었다. “김래원 오빠만의 연기가 있어요. 그런 연기를 나만의 색깔로도 해보고 싶었는데 제 나름대로 처음 시도해볼 수 있어 좋았어요. 김성오 오빠는 착하고 배려심 깊고 액션 연기할 때 힘이 굉장히 좋아요. 다치지 않고 잘 나오도록 많이 도와줬고 정신적으로 든든했어요. 그리고 김상호 오빠와 강력반 한 팀으로 나오는데 정말이지 무척 편하게 해주셨어요. ‘호블리’예요. 사랑스러워서 호블리.”

아닌 게 아니라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역시 액션 장면이다. “싸우다가 유리창에 부딪혀 팍 깨지는 순간이 있어요. 안전한 슈가 글라스이긴 하지만 좀 망설여졌는데 대역 없이 그냥 해냈죠. 그런데 그 장면이 굉장히 잘 나온 거예요! 그래서 자꾸 욕심이 나는 것 같아요. 한번은 잘못 넘어져 바닥에 부딪혔는데, 순간 별이 보여 MRI까지 찍었다니까요. 다행히 이상은 없었는데 잘하려는 욕심이 나서 감행하다 보니 다치기도 하고 또 힘들고, 어떨 땐 대기실에서 울기도 했어요. 저뿐 아니라 배우들 모두 엄청난 근육통에 시달렸죠.” 몸을 계속 날려야 하는 상황에서 이다희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삼시 세끼를 잘 챙겼다. “보통 드라마 촬영할 때 식단을 조절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진짜 잘 챙겨 먹었어요. 중간중간 스트레칭도 계속해줬고요.”

이다희는 길고 곧게 뻗은 팔다리와 176cm에 달하는 키를 가졌다. 자신의 신체를 그야말로 기꺼이 활용할 때 이다희는 그 자체로 직관적 메시지가 된다. 거리를 뛰고, 누군가에게 반격하고, 몸을 날려 뛰어오를 때 엄청난 엔터테인먼트가 생성된다는 얘기다. “감독님이나 다른 배우들로부터 어떻게 해도 잘해 보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웃음). 반면 저희 같은 사람이 잘 못하면 엉성해 보여요. 그래도 액션 연기가 잘 맞았어요. 힘들어서 그렇지.” 수년 전 이다희는 키가 커서 맡을 수 있는 배역에 제약이 있었다고 털어놓은 적 있다. 여성 캐릭터가 청순가련하거나 지고지순하기만 하던 시절, 여자 키가 남자보다 커서는 곤란했다. “이제는 전혀 키에 대해서 제약이 없어요. 시청자도, 배역도 다양해지다 보니 저에게 맞는 것이 더 많이 생긴 것 같아요. 요즘은 키 큰 남자 배우도, 여자 배우도 많아요. 그래도 제가 제일 큰 것 같아요(웃음).” 그러더니 화보 촬영 때 둘렀던 스카프를 매만지며 느긋한 말투로 덧붙였다. “오늘처럼 촬영할 때 키가 크니 슬리퍼를 신어도 되지 않냐고 그러면, 저는 싫다고 해요. 하이힐을 신었을 때 느낌이 더 좋고, 더 커 보이고 싶어요. 큰 모습도 좋고 다 좋아요!”

우리는 신체를 잘 쓰는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로 다시 방향을 틀었다. 이다희는 샤를리즈 테론을 언급하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올드 가드>에 정말 멋있게 나오지 않았어요? 그런 액션이라면 온몸이 부서지더라도 하고 싶어요. <아토믹 블론드>부터 그런 액션에 최적화된 배우인 것 같아요. 그런데 김홍선 감독님이 다음 작품으로 여자 주인공이 산에서 감행하는 복수극은 어떻겠냐고 그러시는 거예요. <레버넌트>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처럼. 몸이 너무 힘들 때 말씀하셔서 대답은 안 했지만, 다시 할지도 몰라요(웃음).”

이다희가 테론을 선망하듯, 누군가는 이다희를 선망한다. 이다희의 세계에서는 ‘언니’가 와글와글 산다. 스스로도 언니고, 언니들도 언니다. SNS나 팬 카페에 이다희가 남기는 글은 모두 ‘언니가…’로 시작한다.“ 친근한 느낌이 좋아요. 다희 씨, 선배님보다 언니, 누나라고 불러주는 게 좋고요. 행사에 가면 남자들은 거의 없었어요. 다 여자 친구들이다 보니 언니처럼 챙겨주고 싶어 언니라는 호칭을 쓰게 됐어요. 나이가 많아 언니가 아닌, 그냥 언니.” 스스로에게 덕질 DNA가 있다는 건 극구 부인했지만 이다희는 특정 언니들에게 빠져 있다. “<검블유>를 함께 한 혜진 언니, 수정 언니 너무 멋져요. 배우로서도 인간으로서도. 혜진 언니는 거침없는 스타일이고 수정 언니는 조곤조곤 자기표현이 명확해요. 다른 성향이지만, 그렇게 달라서 잘 맞아요. 중간에서 저는 사랑둥이죠(웃음). 언니들이 많이 예뻐해줬어요. 예쁨받는 것을 아니까 저도 언니들에게 잘하고 싶고. 만나면 기분 좋아지는 그런 언니들이에요.” 이 대목에서 이다희는 그 감정에 진심인 얼굴이 됐다. “솔직하게 표현하고 보여주는 걸 당당히 여기다 보니 그러한 ‘여성상’ 역시 선호해요. 인스타그램 자체가 그런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존재하기도 하고 그런 모습을 서로 공유하고 멋진 모습을 닮아가는 게 지금은 옳은 것 같아요. 질투하는 게 아니라 박수를 보내고 서로에게 배우고. 저도 그런 인물이 되고 싶고 누군가를 보며 그렇게 되고 싶어요. 그러다 보면 다 같이 성장해서 멋있는 여자가 되어 있지 않을까요?”

스쿱 네크라인 보디수트는 오프화이트(Off-White), 스카프는 벨앤누보(Bell&Nouveau).

 

CREDIT

출처 보그코리아